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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가 뭐길래

디즈니 CEO '밥 아이거'의 리더십 스타일을 알아보자

by easyahn 2020. 9. 26.

 

다른 회사의 문화나 일하는 방식이 궁금해서 CEO들이 쓴 책을 틈틈이 읽고 있다. 디즈니 CEO 밥 아이거가 쓴 <디즈니만이 하는 것>를 가장 최근에 읽었는데, 지금까지 읽은 이런 류(?)의 책들 중에서 가장 재밌었다. 흥미진진한 서문으로 시작해서 밥 아이거가 조무래기 시절일 때 만났던 다양한 유형의 보스들 이야기와 픽사, 마블, 루카스 필름 인수 같은 굵직한 M&A의 뒷이야기들까지. 개인적으로는 밥 아이거가 만났던 다양한 스타일의 보스들을 비교하며 보는 게 꿀잼이었다.(내 원픽은 톰과 댄이다)

 

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건 밥 아이거의 탁월한 균형감각이다. 밥 아이거는 뛰어난 결과(성과)를 추구하되, 도덕성을 잃지 않으려 한다. CEO 선임 건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는 일과 자신의 삶을 분리해낸다. 루카스필름 인수 이후 발표한 첫 스타워즈 영화에 대해 조지 루카스가 혹평을 쏟아냈을 때는(인수조건에는 '상호 비방하지 않는다'도 있었다)  실망하지만 기다리고 참는다. 결국 조지 루카스가 자신이 선을 넘었다고 먼저 사과를 한다. 이런 중심을 잡는 능력이 그를 디즈니라는 제국의 수장까지 갈 수 있게 만든 핵심역량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또 하나 인상깊었던 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밥 아이거는 디즈니 CEO로 일하며 픽사, 마블, 루카스 필름을 인수하는 굵직한 딜을 연달아 성사시킨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인수 대상이 되는 회사 고유의 유산, 문화, 사람에 대한 존중이 있었기 때문이다. 

 

"픽사는 픽사다워야 합니다"

 

픽사를 인수할 때 밥 아이거가 내세운 조건은 픽사의 문화를 헤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디즈니는 인수 이후에 약속을 지켰다. 이후에 마블을 인수할 때 스티브 잡스(당시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나 픽사의 대표로 있었다)는 직접 마블의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디즈니는 픽사의 브랜드와 사람들을 존중해주었다"라고 말하면서 인수에 힘을 실어 주기도 한다.  

 

디즈니의 픽사 인수건을 계기로 밥 아이거와 잡스는 베프가 되었다.

밥 아이거는 다른 유명한 CEO들에 비하면 색깔이 뚜렷하지 않다.(스티스 잡스하면 혁신, 사티아 나델라 하면 공감처럼) 하지만 탁월한 균형감각을 바탕으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무기 삼아 중요한 파트너들과 신뢰관계를 만들어가며 회사를 운영해 간다.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형 리더는 보통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균형감각, 존중, 신뢰를 무기로 삼는 밥 아이거 같은 완성형 리더는 보통사람도 훈련하면 어느 정도는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솔직히 그것도 쉽지는 않지만) 언젠가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면 내가 따라 하고 싶은 리더십 모델을 <디즈니만이 하는 것>을 읽으며 찾았다.  

 

“나는 나중에,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비로소, 우리가 성취한 많은 것들 중 상당수는 그토록 많은 대가를 치를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룬의 ‘완벽추구’에 동기를 부여받았고, 이후 그것을 나의 신조로 삼아왔다. 하지만 나는 그 과정에서 다른 것도 배웠다. ‘탁월함excellence’과 ‘공정함fairness’은 서로 배타적일 필요가 없다’는 교훈이 바로 그것이다.....(중략)...그러나 세월이 흘러 조직을 이끌 기회가 주어지자 나는 완벽을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성과 사람은 제쳐놓고 제품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행태의 위험성을 본능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 

- 밥 아이거, <디즈니만이 하는 것>

 

 

밥 아이거는 모든 능력치가 평균 이상은 하는 완성형 리더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