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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가 뭐길래

조직문화 담당자의 '일'은 무엇일까

by easyahn 2020. 11. 20.

1.

‘조직문화 담당자의 일은 무엇일까’ 

 

요즘 고민하는 화두다. 조직문화라는 주제가 포괄하는 범위가 넓다 보니 업무영역도 넓히자면 끝도 없다. 조직 활성화, 사내 소통 프로그램 운영, 일하는 방식 개선, 사내 캠페인, 각종 진단 및 서베이 등등. 대략 생각나는 것만 적어봐도 이 정도다. 

 

하루는 퇴근길에 내가 하는 모든 활동의 이유, 일의 본질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생겼다. 그 날 이후로 고민 끝에 내가 찾은 답은 이렇다. 

 

'조직의 정신적 토대를 만드는 일’

 

회사는 각종 물리적인 토대가 갖춰져야 문제없이 운영된다. 정말 단순하게는 사무실도 있어야 하고 각종 사무기기, IT시스템도 갖춰져야 한다. 그런데 그 모든 걸 움직이는 건 사람이다. 내가 어느날 들었던 의문은 ‘왜 회사들은 물리적 토대를 갖추는 데는 열중하면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정신적 토대를 갖추는 일에는 투자하지 않는가’였다. 

 

요즘 회사에서는 PI(Process Innovation)라고 해서 IT시스템 전반을 재정비중이다. 나는 IT 프로세스 혁신(Process Innovation) 못지않게 조직 내 철학의 혁신(philosophy Innovation)도 중요하다고 혼자서 생각했다. 사람을 움직이는 정신적 토대를 만들고 바꾸고 가꾸는 일. 스스로 찾아낸 내가 해야 할 일의 정의다. 

 

2.

 

‘조직문화 담당자의 전문성은 무엇일까’

 

온오프라인을 통해 외부에서 조직문화를 업으로 하는 분들을 알게 됐다. 업력과 전문성으로 보자면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정도의 역량을 갖춘 분들이 많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고민해서 답을 찾는 것보다는 이 분들께 맡기는 게 더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옵션이지만)

 

‘지식이나 경험에서 외부전문가와 차별화가 안된다면 나는 무엇으로 가치를 증명할 수 있나? 내부 담당자로서 어떤 면에서 외부 전문가보다 더 잘할 수 있는가?’

 

다행히도 외부 전문가보다 딱 하나 내가 더 잘 아는 게 있었다. 그리고 그 한 가지는 조직문화라는 과업의 특성상 굉장히 중요하다. 바로 '문화적 맥락'이다.

 

조직문화 개선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그 조직 고유의 문화에 맞는 맞춤형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 회사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무엇을 금기시하는지 알아야 한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촘촘히 짜인 보이지 않는 선(문화적 맥락)을 고려해 가며 활동을 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의 눈에는 그 선이 잘 보이지 않지만 내부 담당자 눈에는 그 선이 선명하게 보인다. 몇 년간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회사의 문화를 보는 눈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부 담당자의 눈에는 저 빨간 선(문화적 맥락)이 명확하게 보인다

 

문화적 맥락을 알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문화적 맥락에 맞게 소통하는 일이다. 나는 이걸 '조직의 언어로 말한다'고 표현한다. 똑같은 A를 말해도 어떻게 말하는가에 따라 받아들여질 수도, 거부당할 수도 있다. 

 

내가 부서에 오기 전에 외부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은 적이 있다. 컨설팅 보고서에 담긴 내용 중에 내가 보기에 틀린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컨설팅에 나온 내용대로 실제로 변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나는 분석의 실패가 아니라 언어의 실패라고 본다. 우리 조직의 언어가 아닌 전문가의 언어로 말했기 때문에 내부까지 공감하게 만드는데 실패했고, 결국 큰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

 

조직문화 담당자로서 갖춰야 가장 중요한 역량은 탁월한 변환능력 아닐까. 회사 내의 역학관계와 소통방식을 파악해서 그에 맞는 조직의 언어로 변환해서 소통하는 능력. 사람들이 공감하는 맥락과 키워드를 연관시켜 변화의 필요성을 설득시하는 능력. 요즘 일을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