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위임의 중요성은 예전부터 공감했지만, 실무자로서 궁금했던 것은 '권한위임을 조직내 뿌리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이었다. 그런면에서 <턴어라운드>는 권한위임이 무엇인지, 어떻게 정착시켜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친절한 안내서다.
<턴어라운드>는 미국의 핵잠수함 산타페함의 실화를 토대로 한 조직의 문화가 바뀌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산타페함에 새로 부임한 마르케 함장은 전통적인 ‘리더-팔로워 모델’ 대신 모든 조직원이 리더가 되는 ‘리더-리더 모델’을 조직에 정착시킨다. 이후 산타페함은 각종 평가에서 1등을 기록하고, 뛰어난 전투력으로 수많은 상을 수상하는 조직으로 거듭난다.
마르케 함장의 권한위임 행동원리는 3C, 통제권(Control), 역량(competence), 명료성(Clarity)으로 요약된다.
첫 번째, 함장에게 집중되어 있던 통제권을 다른 조직원들에게 나눠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말로만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관행과 절차를 바꾸어서 실제로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반장 직급의 권한 강화를 위해 상위 직급에게 있던 휴가 계획 통제권을 반장에게 넘겨주는 식이다.
두 번째, 조직원의 역량향상이다. 마르케 함장은 권한을 위임할수록 모든 계급에 걸쳐 기술적 지식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르케 함장은 '언제 어디서나 배워라', '잘 생각하고 행동하라' 같은 원칙을 통해 배움이 일상화된 조직을 만든다. 조직원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권한위임은 성공하기 어렵다.
세 번째, 모든 구성원이 조직의 목표를 분명하게 이해하게 만들었다. 산타페함은 구성원과의 지속적인 대화, 행동지침 명문화 같은 노력을 통해 모든 조직원들이 목표를 명확히 알고 행동할 수 있게 했다. 만약 권한이 위임된 상태에게 모든 구성원이 각자 다른 목표를 가지고 움직인다면 조직 내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권한위임을 조직 내 뿌리내리기 위해서 인내하고 갈등하는 마르케 소장의 모습이다. 아무리 좋은 원칙과 방법을 알고 있더라도 그걸 현실에서 구현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이다. 마르케 소장은 기존의 관성에 저항하며 자신이 믿는 바를 실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마르케 소장의 태도를 보며 '끈기와 집념이 이론과 지식을 이긴다‘는 평소의 믿음을 다시 한 번 떠올린다.
"사람들은 해방된 상태에서 누구나 자신의 고유한 천재성과 에너지, 창의력 등을 깨달을 수 있고 발휘할 수 있다. 우리는 고작해야 그들이 그런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이다."(p342)
*HR insight 2021년 1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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