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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가 뭐길래

에드거 샤인이 말하는 조직문화의 세 가지 차원

by easyahn 2020. 4. 12.

에드거 샤인이 말하는 조직문화의 세 가지 차원은 다음과 같다.  

 

  • 물리적 공간과 겉으로 드러난 행동 등의 '인공물(artifacts)'
  • 그 집단이 표방하는 '신념'이나 '가치관(espoused values)'
  • 신념, 가치관 이면에 숨겨져 있는 '기본 가정(underlying assumptions)' 

에드거 샤인이 말하는 조직문화의 세 가지 차원(사진 출처 DBR 165호)

1.인공물(artifacts)

조직문화에서의 인공물은 조직이 문화적으로 표출한 모든 것을 뜻한다. 조직에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현상, 물건이 해당한다. 로고, 사가, 근무 복장, 고유한 용어, 의례부터 조직이 만든 제품, 서비스, 조직구조, 제도, 정책 등 그야말로 조직 내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말한다. 

 

한번은 사무실에 있는 파티션이 왜 이렇게 높아야 할까?를 고민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탁 틔이고 답답하지 않은 공간을 좋아해서 사무실의 높은 파티션이 유독 답답했다. 조직문화를 공부하면서 높은 파티션도 인공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서 간 협업보다는 각자가 맡은 일만 하는 문화가 만든 결과물이 바로 높은 파티션이었다. (만약 부서 간 협업을 중시하고 자주 소통하는 문화였다면 높은 파티션은 거추장스러운 장애물로 여겨져서 제거됐을 것이다.)

 

회사 입구, 사무실 배치만 봐도 대략 어떤 문화인지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는 이해한다. 회사 안에 있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그 회사의 문화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페이스북의 개방형 사무실(2017) 

2.신념이나 가치관(espoused values)

조직이 표방하는 신념이나 가치관은 조직에서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가치다. 아마존의 경우를 예로 들면 제프 베조스는 Day 1 정신을 강조한다.(관련기사: 오늘을 '첫날'처럼 살았다…아마존에 '둘째날'은 없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3/2017041303122.html)

 

‘첫날 정신(Day 1)’은 매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도전한다는 뜻으로,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한 아마존이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아마존 제국’을 건설하는 정신적 기틀이 됐다. 국내 기업으로는 카카오의 'Connect Everything'을 예로 들 수 있다. 카카오는 세상 모든 것을 연결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카카오가 메신저를 넘어서 콘텐츠, 은행, 모빌리티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를 그들의 비전을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회사에서 중요하다고 표방하는 가치와 현실에서 괴리가 발생했을 경우다. 대부분의 회사가 전면에 내거는 인재중심이라는 가치를 예로 들어보자. 한 신입사원이 홈페이지에 써있는 인재중심이라는 가치관을 보고 회사에 입사한다.

'이 회사는 직원의 성장을 중시하구는구나. 배움과 성장을 중시하는 나랑 잘맞는 회사구나' 하지만 실제로 입사해서 맞닥뜨린 건 끝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한번은 꼭 필요한 외부교육을 발견해서 상사에게 갔다오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가 핀잔만 들었다. 지금 교육갈 여유가 어디에 있냐는 말과 함께.

 

과연 신입사원은 인재육성이라는 가치관이 본인의 조직이 표방하는 가치관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홈페이지에 써있는 가치관과 현실의 괴리로 인해 조직에 대한 반발심만 커지지 않을까? 지킬 수 없는 가치라면 표방하지 않는 편이 차라리 낫다.

미국 아마존 본사 입구에는 Day1이라는 단어가 크게 적혀 있다. (사진 2019년 미국여행을 갔을 때 직접 찍었다.) 

3.암묵적인 기본가정(underlying assumptions)

기본가정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믿는 것'을 말한다. 구성원들 사이에서 너무도 당연히 여겨져 '우리가 그런 신념을 가지고 있다.'라는 의식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그 조직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자원 또는 개념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돈, 인간, 조직, 효율, 성과, 제품, 기술, 서비스, 고객 등이다. 

 

인간에 관한 대표적인 가정으로 성선설, 성악설이 있다. 성선설을 믿는 조직은 '직원들은 자율적이다. 항상 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가정한다. 직원들을 믿고 자율에 맡긴다. 넷플릭스의 무제한 휴가 정책은 직원들이 회사에 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하다. 

 

반대로 성악설을 믿는 조직은 '직원은 타율적이다. 가만히 두면 게을러지고 일을 하지 않는다'라고 믿는다. 이런 조직에서는 직원을 통제하려고 한다. 성악설을 믿는 조직에서는 무제한 휴가정책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직원들이 자신의 책임은 다하지 않고 맨날 휴가만 가서 일이 제대로 안 될 거라고 생각한다.  

 

기본가정이 중요한 이유는 기본가정이야말로 조직문화의 핵심이자, 한 조직을 구성하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예를 든 휴가정책을 생각해 보자. 조직이 어떤 기본가정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휴가정책이 달라지는 걸 볼 수 있다. 승진, 평가, 보상 같은 HR 제도는 물론이고 회사 안에서 사람들이 관계 맺고 일하는 방식까지. 기본가정은 조직의 모든 영역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준다.

 

 

기본가정은 물속에 잠긴 빙하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조직문화 전반에 영향을 준다(사진출처 : GlobalN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