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직문화가 뭐길래

'심리적 안정감' 부족이 만들어낸 최악의 참사

by easyahn 2020. 5. 30.

항공사상 최악의 인명 사고, '테네리페 참사'

심리적 안정감 부족이 만들어낸 '테네리페 공항 참사'

 

1977년 3월 27일, 초대형 제트여객기 보잉 747 두 대가 스페인 카나리아제도 테네리페섬의 한 공항에서 충돌했다. 이 사사고로 승무원을 포함해 총583명의 탑승객이 사망하고 6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일명 '테네리페 공항 참사'라고 불리는 이 사고는 역사상 최악의 민간 항공기 사고로 기록된다. 오랜 기간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조사가 이루어진 결과 조종사 조직 특유의 문화가 사고의 한 원인이 됐음이 밝혀졌다. 

 

충돌한 두 비행기 중 하나인 KLM 네덜란드 항공의 기장은 제이콥 벨드후이전 반 잔텐(Jacob Veldhuyzen van Zanten)이었다. 반 잔텐은 747 기종 조종사들의 선임 교관이자 안전 부문 수석 책임자였다. '미스터 KLM'이라는 별명으로 불릴만큼 회사에서 영향력 또한 막강했다. 또 다른 조종석에는 클라스 뮤어스(Klass Meurs)부기장과 항공 기관사 월리엄 슈뢰더(Willem Schreuder)가 동행했다.

 

KLM 광고에 등장할 정도로 신망받던 스타 파일럿 반 잔텐 (출처:나무위키)

문제는 KLM 네덜란드 항공의 비행기와 팬암Pan Am 항공의 비행기가 이륙 준비를 하던 시점에 벌어졌다. 사고 발생 당시 활주로에는 짙은 안개가 깔려 있었고 규모가 작은 활주로의 특성상 두 여객기의 조종사들은 상대의 기체를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반 잔텐은 이륙 준비를 마치고 곧바로 속도를 높여서 전진한다. 뮤어스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기장에게 신호를 보낸다. 아직 관제탑에서는 이륙 허가도 떨어지기 전이었다. 반 잔텐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뮤어스에게 대답한다. 

 

"나도 알아, 어서 관제탑에 허가 요청이나 해"

 

관제탑에서는 이륙 이후 경로를 알려주었지만 '이륙 허가'를 내준 건 아니었다. 뮤어스가 관제탑에 다시 연락해 교신 내용을 확인하려고 하자 반 잔텐이 교신 상황을 가로챈 다음 일방적으 통보한다.

 

"이륙합니다."

 

기장의 단호한 어조에 뮤어스는 어떤 문제도 제기하지 못한다. 

 

KLM비행기가 이륙을 시작한 시점에 관제탑은 팬암 측과 교신하고 있었다. KLM여객기에서 이 내용을 듣던 슈뢰더는 반 잔텐에게 물었다. 

 

"팬암 여객기가 아직 활주로를 벗어나지 않는 것 같은데요?"

 

이때도 반 잔텐은 단호하게 대답한다.

 

"아니, 벗어났어."

 

역시 슈뢰더 역시 말문이 막히게 된다. 

 

이후의 결과는 처음에 소개한 대로다. 반 잔텐과 뮤어스, 슈뢰더가 팬암 여객기를 발견했을 때는 속도를 늦출 수 없는 지경이었다. KLM 여객기의 왼쪽 엔진과 기체 하부, 주요 착륙 장치가 팬암 여객기의 오른쪽 상단부와 충돌해 산산조각 난다.

 

테네리페 공항 참사는 비행기 조종사들의 의사결정 과정이 획기적으로 변하는 계기가 된다. 조종사들은 뭔가 잘못된 상황이 감지될 때마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라고 훈련받는다. 또한 기장은 부기장이나 승무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도록 교육받는다. 이러한 지침은 오늘날 모든 조종사의 교육 자료로 활용되는 '승무원 자원 관리 프로그램(CRM)'의 기초가 되었다. 

 

*위 내용은 책<두려움 없는 조직>을 요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