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주요 주간지 기사를 요약해서 메일로 공유해주는 선배가 있다. 저번 금요일도 평소와 같이 메일이 와있었다. 평소라면 메일과 함께 온 첨부파일만 열어보고 말았겠지만 그날따라 <태도의 말들>에서 읽었던 '표현에 인색한 사람이 되지 말자'는 내용이 기억났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나요?" 이 식상한 질문에 시인은 머뭇거림 없이 대답했다. "인색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해요. 그리고 인색한 사람을 싫어해요." 시인의 말이 지금까지 생각나는 건 나 역시 인색한 사람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감정 표현을 안 하는 사람, 주머니를 너무 안 여는 사람. 입과 주머니를 꾹 잠근 사람에게 다가가기란 영 마뜩잖다.
- <태도의 말들>, 김민정 시인의 말
매번 좋은 자료를 공짜로 공유받는게 살짝 미안하기도 했고 동시에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그 선배 덕분에 매주 시사이슈를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짧게나마 감사 메일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답장에 쓴 내용은 딱 2줄. 메일 작성부터 회신에 걸린 시간은 길게 잡아 30초 정도였다.
항상 좋은 자료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메일을 보낸지 5분이 지났을까? 회사 메신저로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뭘 답장까지 하냐며 메일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솔직하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덕분에 매번 좋은 정보를 쉽게 얻고 있다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 선배는 살짝 감동한 눈치였다. 내가 후배복이 있다는 훈훈한 덕담(?)이 오고간 뒤 선배는 마지막에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사실 좀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나는 그저 고맙다는 마음을 표현했을 뿐인데. 이렇게 큰 격려가 되고 응원이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그 선배도 참 외로웠겠다 싶었다. 매주 꾸준히 주간지를 요약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다. 내 짧은 2줄짜리 메일에 열렬히 반응한 걸 보면 그만큼 그 선배의 노력을 격려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뜻 아닐까?
선배와의 에피소드 말고도 칭찬의 효과를 본 또 다른 일이 있었다. 같이 일하는 후배에게 네이밍을 잘 한다고 칭찬해준적이 있다. 후배에게 한 칭찬은 조금 의도적이었다. 나도 평소에 칭찬을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일부러 후배의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나만의 칭찬하기 연습을 한 셈이다. 후배의 네이밍 센스를 적당한 타이밍에 공개적인 자리에서 반복해서 칭찬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났을까? 어느날 후배의 책상 위에 '브랜드 네이밍 사전' '000제목 잘 짓는 법'이라는 낯선 책 두권이 올려져 있었다. 나중에 책에 관해 슬쩍 물어보니 후배는 네이밍에 관심이 생겨서 조금 더 알아보고 싶어서 샀다며 쑥쓰럽게 웃으며 말했다.
"미래에는, 다른 이들에게 능력을 부여하는 사람이 리더가 될 것이다"
MS의 새로운 리더 사티아 나델라에 관한 책 <히트 리프레쉬> 첫 표지에 적힌 말이다. 리더만이 꼭 다른 사람에게 능력을 부여(empower)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작은 관심과 칭찬의 말 몇 마디면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누구나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밑져야 본전이니 당장 내일부터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메일 한 통, 말 몇 마디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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