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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기록&회고

핵심가치 프로그램 회고 : 칭찬이 솔루션이다

by easyahn 2021. 1. 13.

 

칭찬이 솔루션이다

 

부서에 온 첫 해 핵심가치 담당자가 되었다. 조직에 핵심가치를 널리 널리 퍼트리라는 미션이 떨어졌다. 하지만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난관에 봉착한다. 전임자들이 열일한 결과 웬만한 프로그램은 이미 다 했다는 것이다(....) 사례 공모전, 웹툰 제작 및 배포, 오프라인 집합교육, 워크샵 등등. 지금이야 경험치가 쌓여서 아이디어가 있지만 그때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뜯어도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 당시 나의 기분.jpg

 

그러던 중 트레바리에서 영학님에게 '칭찬이 솔루션이다'라는 명제를 듣게 되었다. 당시에 영학님은 퍼블리 원고를 쓰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열린 'Culture summit 2019'에 다녀온 직후였다. 그곳에서 '칭찬'이라는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칭찬이 바로 원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핵심 솔루션이기 때문입니다. 조직문화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결국 조직에서 원하는 행동을 구성원들이 더 자주 하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어느 연사가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원하는 행동이 보일 때마다 칭찬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저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내가 나일 수 있는 조직을 위해 : Culture summit 2019>, 퍼블리

 

나중에 퍼블리에서 정식으로 발행된 콘텐츠의 일부다. 여기에서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원하는 행동이 보일 때마다 칭찬하는 것"이라는 이라는 문장을 발견했을 때 나도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칭찬을 통해 사람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접근이 신선했고, 이걸 핵심가치 프로그램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항상 적절한 타이밍에 구세주로 등장하는 갓영학님

 

칭찬하기 캠페인의 탈을 쓴 핵심가치 프로그램

 

우선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선물을 미끼로 썼다. '핵심가치 내재화 프로그램에 참여하세요'가 아니라 '주변 동료를 칭찬하고 선물 받아 가세요'라고 커뮤니케이션했다.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핵심가치보다는 칭찬과 선물이라는 비교적 쉬운 아이템을 전면에 내세웠다. 표면적으로는 동료 칭찬하기 캠페인이었다.

 

하지만 캠페인에 참여하려면 내가 짜 놓은 각본대로(?) 움직여야 했다. 우선 참여방법을 다음과 같이 3단계로 안내했다. 

 

1. 프로그램 안내문을 읽고 핵심가치의 의미를 떠올린다(안내문에 핵심가치와 그 정의를 적어두었다)

2. 평소에 핵심가치를 실천하는 동료를 찾는다

3. 칭찬하는 내용을 댓글로 남기거나 담당자 이메일로 보낸다.  

 

캠페인에 참여하려면 우선 핵심가치의 의미가 무엇인지 머릿속으로 떠올려야 한다. 그리고 동료를 칭찬하려면 그 의미에 맞는 행동이 어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선물에 혹했던, 단순한 호기심이던 안내문을 한번 읽는 것만으로도 '핵심가치의 의미와 그에 맞는 행동이 어떤 거였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게 1차 목표였다. 

 

 

 

한 번 마음먹으면 치밀하게 계획하는 편

 

2차 목표는 '행동변화를 이끄는 효과적인 칭찬을 유도한다'이다. '내가 평소에 한 행동이 핵심가치에 어떻게 부합하지는 알게 된다면, 그리고 그 행동으로 칭찬까지 받게 된다면 앞으로 핵심가치에 부합하는 행동을 더욱 자주 하지 않을까?'가 내가 세운 가설이었다. 이런 행동변화를 만들어 내려면 일반적인 칭찬이 아니라 '효과적인 칭찬'이 되어야 했다. 

 

효과적인 칭찬이 되려면 1. 구체적인 행동을 칭찬해야 하고 2. 조직의 핵심가치와 연계해야 하며 3. 그가 한 행동이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공유되어야 한다.(<내가 나일 수 있는 조직을 위해 : Culture summit 2019>, 퍼블리) 꽤나 까다로운 조건이라 '어떻게 조건을 충족시키면서도 거부감 없이 다른 사람을 칭찬하게 만들 것인가? 가 큰 고민이었다.  

 

평소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온라인 경품 이벤트에 참여하면 '참여만 해도 상품 지급'이라고 꼬신 다음 '확률을 높이려면 개인 SNS에 올리고 해시태그까지 붙이세요'라고 추가 조건을 부여한다. 그러면 상품을 받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해시태그 인증이라는, 굉장히 적극적인 행동까지 하게 된다. '참여는 쉽게 하되, 추가 조건을 통해 행동하게 만들어라'는 경품 이벤트의 원칙을 이번 프로그램에 적용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가져온 이미지이며 오뎅식당과 저는 아무런 관계도 없...

우선 상품을 참가상,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으로 차등을 두었다. 그런 다음 '당첨확률을 높이는 팁'이라는 조건을 걸었다. 그리고 그 조건에 내가 원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녹였다. 아래는 실제로 안내문에 들어간 문구이다. 

 

<당첨확률을 UP 하는 꿀팁을 알려드립니다>

 

1. 칭찬받는 사람이 실천한 핵심가치를 적어주면 Good

2. 실천사례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어주면 Better

3. 핵심가치 실천으로 만들어낸 결과까지 적으면 Best

 

1번 조건으로 핵심가치와 무관한 칭찬('매사 긍정적인 업무태도로 모든 일을 진행합니다' 같은 뻔한 칭찬)은 걸러낸다. 2번 조건으로 구체적으로 사례를 적게 하고 3번 조건으로 핵심가치로 만들어낸 임팩트까지 적게 한다. 내가 걸긴 했지만 꽤나 귀찮은 조건이었다. 과연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조건을 충족시킨 구체적인 칭찬 사례를 보내왔을까?  

 

디테일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만들다

 

놀랍게도 대답은 Yes이다. 총 88명이 참가해서 102명을 칭찬했다. 참가자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고무적인 건 사람들이 접수한 칭찬의 ‘질’이다. 한 두 줄짜리 성의없는 칭찬은 거의 없었으며, 내가 부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구체적인 칭찬이 많았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직원은 A4 한페이지를 가득 채운 사례를 접수했다. 

 

이전에 다른 담당자가 진행했던 칭찬 공모전의 경우, 접수되는 칭찬의 분량이 1~2줄이었고 내용도 업무와 크게 관련없는 일상적인 칭찬이 대부분이었다. 칭찬이라는 아이템은 동일했지만 디테일의 차이가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사실 믿는 구석은 있었다. 예전에 스타트업에서 콘텐츠 만드는 인턴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콘텐츠를 만들고 '댓글을 달아주세요'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하면(Call to action) 실제로 아무 언급을 하지 않은 게시물에 비해 댓글이 더 달리는 걸 경험한 적이 있다.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면 사람들이 다르게 행동할거라고 나름의 가설을 세우고 안내문을 올렸다. 다행히 내가 세운 가설은 다시 한번 검증되었다.  

 

 

가설이 검증되니 속이 편-안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노가다도 불사한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 칭찬공모전의 목적은 '핵심가치에 부합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칭찬함으로써 구체적인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칭찬을 받은 사람들에게 수집된 사례가 전달되어야만 '내가 한 행동이 이렇게 칭찬을 받게 되는구나'라고 느껴서 행동변화의 가능성이 생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례가 내가 올린 안내문에 댓글 형태로 접수되었고, 안내문을 보지 않으면 칭찬을 받은 사람은 자신이 칭찬을 받았는지도 모르게 된다. 칭찬받은 사람에게 사례가 전달되지 않으면 이번 공모전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고민 끝에 노가다를 하기로 했다. 102명에게 일일이 접수된 사연을 카톡으로 보냈다. 그냥 카톡으로 접수된 사례만 보내면 어색하니까 핵심가치 실천을 칭찬한다는 카드 이미지를 만든 다음 접수된 칭찬 사례와 함께 전달했다. 칭찬을 받은 사람 중에 영업직 분들이 많아서 카톡이 가장 접근성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루 날잡고 오후 내내 카톡만 보냈다. 

 

사람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 핵심가치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겠다 등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여러 반응 중에 “팀장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네요”라는 피드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팀장으로서의 평소 노력에 대해 팀원이 자세하게 칭찬을 했고, 자신의 노력을 팀원이 알아준다는 생각에 칭찬을 받은 팀장님은 감동을 받았다.  부서에 와서 초반에 한 일 중에 가장 조직문화 담당자스러운 일이었다.

 

일회성 칭찬보다는 지속적 피드백이 낫다

 

물론 한계점도 명백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일회성이라는 것이다. 칭찬이 행동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지만 그게 가능해지려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한 번의 칭찬으로 행동을 완벽히 바꾼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내가 한 공모전은 칭찬의 효과를 이벤트를 통해 파일럿 테스트 해본 수준이다. 

 

조직에서 원하는 행동을 직원들이 하게 만드려면 일회성 칭찬이 아닌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풀어내는 게 더 맞다. 실제로 요즘들어 피드백이라는 단어가 조직문화와 관련해 꽤 많이 등장하는 느낌이다. 피드백 관련해서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을 읽고 있는데 다 읽으면 다시 정리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