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구성원의 자부심을 만드는 조직문화
자부심을 만들기 위한 핵심, 일관성
사례1: 입사한지 5년째 되는 K는 고객 데이터와 시장 트렌드를 분석한 새로운 상품 기획안을 팀장에게 보고했다. 평소 회사에서 만들던 제품보다는 다소 도전적이지만 데이터에 근거했을 때 충분히 가능성 있는 기획이었다. 무엇보다 K는 회사의 핵심가치인 '도전정신'을 믿었다. 하지만 팀장에게 돌아온 대답은 '괜히 새로운 거 하지 말고 기존에 하던 대로 해'였다.
사례2: S는 최근 회사의 팀장 승진 결과를 보고 당혹스러웠다. 유력한 후보는 A였다. A가 기획한 마케팅 캠페인은 매출 향상 및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높은 기여를 했다. 동료 평가에서도 항상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그런데 팀장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B가 되었다. 주변에서는 B가 CEO와 회사 창립부터 지금까지 함께 한 초기 멤버여서 그런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S는 회사가 내세우는 '성과주의' 원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회사가 내세우는 가치와 실제로 작동하는 가치 사이에서 괴리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두 사례의 회사는 각각 '도전정신'과 '성과주의'를 지향한다. 하지만 실제로 구성원들이 회사 내에서 마주하는 건 전혀 반대되는 사례이다. 새로운 기획은 합당한 이유 없이 반려되고, 성과를 내도 승진에서 누락된다. 두 사례는 가상의 사례이지만 이처럼 회사가 내세우는 가치와 현실의 괴리 현상은 실제로 자주 발생한다.
이런 괴리를 경험한 구성원이 과연 자신이 속한 회사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까? 그보다는 지인들과 술 한 잔 하며 회사 험담을 할 확률이 높다. 특히 회사의 가치를 믿고 진심으로 업무를 대했던 구성원이라면 말이다. 회사에 대한 구성원의 자부심을 만들기 위해 기억해야 할 핵심은 '일관성'이다.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와 실제로 현실에서 작동하는 모습 사이에 거리감이 없어야 한다.
조직문화의 일관성은 어떻게 만들까?
일관성이 중요한 이유는 구성원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와 실제 현실에서 작동하는 사례가 일치해야만 '내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 조직에서 인정받고 좋은 평가를 받는구나'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예측가능성을 바탕으로 구성원은 조직 내에서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행동을 강화한다. 이렇게 되면 조직문화 적합도가 높은 구성원, 즉 요즘 말하는 컬처핏(Culture fit)이 맞는 구성원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반대로 회사에서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원칙(핵심가치, 일하는 방식 등)과 실제 현실에서 작동하는 사례 사이에 거리감이 클 경우, 구성원은 혼란스러워하고 조직에 대한 애정을 갖기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조직내 일관성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아직 명확한 조직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은 신생 기업이라면 회사의 가치 체계(미션, 비전, 핵심가치, 일하는 방식 등)를 정의하고 이를 조직에 뿌리내리게 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설립한지 오랜 시간이 지나 특정한 문화가 형성된 기업이라면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 체계와 실제 현실에서 어긋난 사례를 발견해서 하나씩 고쳐가야 한다.
지향하는 조직문화와 현실의 격차를 살필 때는 특히 채용, 평가, 승진, 보상 같은 기본적인 인사 제도를 살펴봐야 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조직문화에 맞는 사람이 채용되고 있는지, 지향하는 조직문화에 가까운 사람이 좋은 평가, 승진, 보상을 받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가장 강력한 조직문화 개선 활동은 누가 조직에서 잘 되고, 누가 조직을 떠나는지이다.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와 부합하는 사람이 더 좋은 보상을 받고, 직책을 맡는다면 그 자체로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하지만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와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이 인정받고 승진하면 바로 그 잘못된 행동이 새로운 조직문화의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조직에서는 협력을 강조하는데, 실제로는 이기적인 업무 스타일로 성과를 내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하는 경우다. 이러면 회사가 아무리 핵심가치 포스터에 협력이 중요하다고 적어도, 현실에서는 협력보다는 개인 성과가 중요하다고 인식한다.
더 건강한 조직이 되기 위해 필요한 성장통
망가진 조직은 없다. 모든 조직은 현재 상태가 만들어지도록 완벽하게 구조화되어 있다
책 《어댑티브 리더십》에 나오는 문장이다. 모든 조직의 현재 상태는 절대적인 좋고 나쁨과 상관없이 일단 작동되도록 절묘한 균형점이 맞춰진 상태다. 앞서 말한 이상과 현실의 갭(GAP)을 고치는 행동은 이런 균형을 깨트리는 일이다. 그 균형점에 적응한 구성원들에게는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긋난 지점을 하나씩 고쳐가려는 노력은 본질적으로 조직 내 긴장과 갈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전에 만났던 한 조직의 대표님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대표님의 노력 끝에 조직문화를 완전히 뜯어 고치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기존 구성원 절반이 퇴사를 했다. "내가 알던 조직이 아닌데"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 뒤로 그 조직은 어떻게 되었을까? 성장 정체기를 극복하고 오히려 전보다 더욱 크게 성장했다. 다소 극단적인 사례지만 조직문화를 일관되게 정렬했을 때 어떤 갈등이 일어나는지, 그 갈등을 건강하게 해결했을 때 어떤 긍정적 작용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물론 모든 조직에게 이런 해피엔딩이 기다린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고자 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면 비록 중간에 갈등이 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더 큰 성장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현장에서 분투하는 많은 기업들을 응원한다.
※ 위 글은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메인비즈협회) 매거진 <2i> 2024.12월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