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관한 생각

리더에게 '신뢰'가 중요한 이유

easyahn 2020. 4. 17. 21:41

CEO 보고를 위한 원페이지 보고서를 작성했다. CEO 보고 건이다 보니 부장님의 문서 수정횟수도 평소보다 더 많았다. 1번, 2번, 3번 수정횟수는 늘어만 갔다. 책상 한쪽에는 쓸모없어진 보고서가 쌓여 갔다. 퇴근 전 책상정리를 하는데 버려야 되는 보고서가 한뭉터기였다.

 

부장님과 처음 만났던 작년 초라면 기분이 어땠을까. 아마 짜증이 많이 났겠지. 실행이 중요하지 보고서가 중요하냐고, 보고서 수정하다가 날새겠다고 툴툴거렸을 거다. 하지만 1년 정도 지금 부서에서 일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부장님이 문서 수정을 너무 많이 해서 미안하다는 기색을 보이길래  “부장님이 수정해주시면 보고서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여전히 문서작성(계획)보다는 실행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을 할때는 시작점이 아니라 도착점에서부터 생각해야 한다고 믿는다. 결과중심 사고는 작년과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부장님에 대한 믿음이다. 

 

1년 동안 함께 일하면서 부장님을 신뢰하게 됐다. 부장님의 보고서 수정은 더 나은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함께 뛰는 과정이다. 좋고 나쁨을 떠나서 우리회사는 페이퍼가 중요시 된다. 아무리 기획과 아이디어가 좋아도 보고서로 윗사람을 설득하지 못하면 일을 진행할 수 없다. 이런 배경을 이해하면 부장님의 꼼꼼한 수정은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 된다. 실제로 부장님의 수정을 거친 보고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리더십에 있어 ‘신뢰’의 중요성을 생각한다. 리더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가니 똑같은 현상(보고서 수정)을 놓고도 해석이 바뀌었다. 그렇다면 팀원의 신뢰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가족이 서로를 신뢰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건 다른 가족 구성원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런 신뢰가 있다면 조직을 운영하는데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고 따르지 않을까요?”

 

최근 임원 인터뷰 중에 리더십에 관해 질문한 적이 있다. 그 임원은 ‘신뢰의 리더십’을 최고로 꼽으며 가족의 예를 들었다. 상대방이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는 안전함, 결국은 나를 위해 행동할 거라는 믿음. 이 두 가지를 확보할 수 있다면 팀원의 신뢰를 얻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