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도 피드백을 받아야 합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의 공통점, 피드백 문화
조직문화 관련된 자료들을 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피드백'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특히 빠르게 성장하거나, 그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취를 이룬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피드백 문화를 갖추고 있었다. 리드 헤이스팅스의 넷플릭스, 레이 달리오의 브리지워터 같은 기업들이다.
좋은 피드백 문화란 어떤 것일까? 최근에 봤던 자료 중 가장 공감 갔던 건 넷플릭스의 <4A 피드백 원칙>이다.
<넷플릭스의 4A 피드백 원칙 >
1.AIM TO ASSIST(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 피드백은 선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행동변화가 상대방 개인이나 회사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2.ACTIONABLE(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 피드백은 받는 사람의 행동이 변화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3.APPRECIATE(감사하라) : 피드백을 받으면 변명부터 하려는 본능을 자제하고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조언을 신중하게 듣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지 고민해야 한다.
4.ACCEPT OR DISCARD(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 많은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지만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말하되, 피드백의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받는 사람에게 달렸다는 사실을 양측 다 이해해야 한다.
-출처 : <규칙 없음> p78
피드백은 잘못하면 솔직함을 핑계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이 될 수 있다.(넷플릭스에서는 '똑똑한 왕재수 짓을 경계하라'는 원칙이 있다) 그래서 반드시 선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내가 너보다 잘났고, 넌 이걸 고쳐야 해!' 같은 태도가 아니라 '너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것만 고치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같은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상대방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도 동반되어야 한다. 솔직한 피드백을 핑계로 상대방을 말로 난도질하고 정작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건 좋은 피드백이 아니다. 한동안 이슈가 되었던 카카오의 동료 피드백은 선의와 실질적 조치가 빠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다.
피드백 문화 정착의 핵심은 리더 피드백
그렇다면 이런 피드백 문화를 조직에 어떻게 정착시킬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우선 회사 대표부터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피드백 문화는 좌우로도 작동해야 하지만 상하로도 작동해야 한다. 상사에게 직원이 피드백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상사도 직원에게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상사의 범위에는 회사 대표도 포함된다.
넷플릭스의 대표 리드 헤이스팅스는 "사실 너 답정너잖아! 반론은 허용하지 않잖아"라고 부하직원에게 피드백을 듣는다.(규칙 없음 p340),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는 "오늘 회의 준비 점수 D야. 하나도 준비 안 해왔던데?"라고 직원에게 피드백 메일을 받는다.(아래 첨부한 Ted 영상 7:30) 한국 문화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장면이지만 실제로 이런 피드백 문화가 작동하는 곳도 있다. 그리고 이런 기업들은 솔직한 피드백 문화를 문화적 경쟁우위로 삼아 빠르게 성장해왔다.
우리나라에도 대표가 피드백을 받는 기업이 있다. 바로 MZ세대 전문 마케팅 회사 <대학내일>이다. <대학내일>은 매년 대표가 피드백을 받은 다음 후속조치 방안을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 심지어 구성원들이 직접 대표를 뽑는(!!) 파격적인 제도까지 운영하고 있다. (대표님이 대체 불가한 리더십을 가지고 계셔서 다행히(?) 대표 자리를 유지 중이시다) 대표부터 이렇게 피드백을 받다 보니 밑에 있는 팀장급도 피드백 문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런 투명성과 개방성 덕분인지, 대학내일은 블라인드 기업평가에서 사내 문화와 경영진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조직문화의 창조자이자 수호자인 리더가 지키지 않는 문화가 과연 조직 내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피드백 문화의 정착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리더 피드백 정착이다.
리더 피드백은 회사의 성장을 돕는 일종의 안전장치
나는 이런 피드백 문화가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돕는 안전장치라고 생각한다. 리더도 한 명의 인간이기에 때로는 실수할 수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실수를 할 수도 있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의 발언권을 제한할 수 있다. 또한 의도치 않게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리더도 한 명의 불완전한 인간일 뿐이다.
인간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시스템적으로 극복하는 것이 피드백 문화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신의 잘못을 누군가 말해줬을 때 비로소 깨닫고 고칠 수 있다. 다른 사람과의 건강한 토론을 통해 내 의견의 부족함을 깨닫게 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솔직함에 기반한 피드백 문화는 그저 겉보기에 좋은 문화가 아니다. 더 좋은 의사결정을 통해 회사의 재무적 성과까지 창출하는 실용적인 장치다.
레이 달리오는 큰 투자 실패 이후 "나의 생각이 맞아"에서 "어떻게 나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로 자신의 관점을 바꾸었고, 이후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는 문화를 구축했다. 레이 달리오는 자신의 불완전함을 솔직한 피드백 문화라는 시스템을 통해 조금이라도 극복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함께 보면 좋은 자료
<카카오 인사평가에서 빠진 것>, 티타임즈
http://www.ttimes.co.kr/view.html?no=2021030217467794582
<How to build a company where the best ideas win>, TED 2017
https://www.ted.com/talks/ray_dalio_how_to_build_a_company_where_the_best_ideas_win#t-478527
<워크맨 기업탐방 대학내일 편>, 워크맨